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악화될 무렵 싱가폴에 들어온 바람에 입사하자마자 의무로 2주간 재택 근무를 해야했고 현지 상황을 고려해 현재는 자발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스프린트를 하나 끝마쳤다.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팀에 합류하자마자 원격 근무를 하게 돼서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었지만 나름 성공적으로 새 회사에 적응하고 업무를 익힐 수 있었다. 화상회의 덕분이다.

코로나 때문에 시작된 강제 재택근무

Grab 입사 첫날에 반나절 정도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집에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HR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싱가폴 들어오기 전에 어느 나라에서 왔냐.’ ‘미국에 쭉 있다가 한국에서 하룻밤 자고 들어왔다.’ ‘알았다, 잠깐만 기다려라.’

(10분 뒤)

‘방금 회의에서 정해진 내용인데 한국에서 입국한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하지 말고 2주 동안 재택근무하기로 했다. 오늘부터 절대 사무실 오지 마라.’

아니, 나 아직 매니저 얼굴도 못봤고 팀원들도 못만나봤는데 2주나 재택근무를 하라고? 인사는 고사하고 업무를 제대로 할수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원격으로 제대로 근무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지도 의구심이 들었고 아직 회사 업무 방식이나 코드도 잘 모르는데 원격으로 답답하게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나 싶었다.

모든 미팅은 줌Zoom으로 동시 진행된다

첫 주는 사실상 팀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전이라 공식 업무가 없었다. 개발에 필요한 거 설치하고 코드 실행해보고 RIBs 튜토리얼 보고 ‘그랩버디’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보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이 되어 정식으로 킥오프를 했다. 미팅은 줌으로 진행돼서 나도 집에서 참석할 수 있었다. 이어진 스프린트 계획 미팅도 줌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나만 원격으로 미팅에 참여한건 아니었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한 회의실에 모여 컴퓨터 한 대를 대표로 연결하고, 출장 가있거나 재택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각자 위치에서 접속했다. 이렇게 본격적인 화상회의는 처음이었는데 은근히 매끄럽게 진행돼서 놀랐다. 미팅을 주도하는 사람이 화면 공유 기능으로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공유하고 이걸 다같이 보면서 돌아가며 발언을 했다.

Grab은 줌이 사내 시스템과 연동이 되어있어서 회의 일정을 잡으면 회의실만 예약되는게 아니라 줌 링크도 자동으로 생성이 되어 참석자들에게 공유된다. 그리고 모든 회의실에는 마이크가 설치돼있고 회의를 시작할때는 항상 줌 미팅을 연결한다. 심지어 15분짜리 데일리 스탠드업도 무조건 줌 미팅을 생성한다. 평균적으로 2 ~ 3명 정도는 원격으로 참석하는 느낌이다. 어느날은 매니저가 느즈막히 출근하면서 오는 길에 폰으로 줌에 접속해서 데일리 스탠드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원격 근무를 가능하게 해주는 일상화된 화상회의

모든 회의를 화상으로 병행하니 회사에 안가도 필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서 업무에 지장이 없었다. 코드 구조나 사내 개발 프로세스, 툴 사용하는 방법 등도 동료가 줌으로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화상회의가 생활화되니 다른 나라 오피스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협업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다같이 비대면 회의에 익숙해지니 가능한 것 같다. 무엇보다, 언제든 개인의 필요에 따라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사람들은 3 ~ 4주 자리를 비우면서 모국으로 휴가를 가고 그 곳에서 일주일 이상 원격 근무를 하기도 한다.

강제 재택근무 기간이 끝나고 이틀 출근했었는데 다음날 회사 직원이 코로나 확진을 받아서 그 이후로는 팀이 자발적 재택 근무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화상회의가 일상화되어 있으니 팀 전체가 재택 근무를 하더라도 큰 불편없이 평소처럼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줌_주식사러_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