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일하면서 지금만큼 채용 시장이 미쳐돌아가는걸 본적이 없다.”

오늘 메일 보내온 리쿠르터 아저씨의 뜬금없는 고백이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링크드인을 8년째 쓰고 있는데 InMail의 양이 요즘 절정이다. 테크 기업들은 전례없는 성장을 하는 중이라 테크 노동자는 항상 부족했지만 코로나가 촉발시킨 원격 근무 덕분에 채용 경쟁이 더 거세진거 같다. 전달받는 포지션의 절반 이상이 100% 원격 근무다.

연봉은 실력보다 수요의 법칙과 상관관계가 훨씬 높다. 수요가 미칠듯이 오르니 기준 연봉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싱가폴에서도 겪었고 미국도 블라인드나 levels.fyi를 보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요새 받고 있는 인메일의 양이나 회사 소개 문구만 봐도 시장의 뜨거움이 전해진다. 투자 든든히 받은 스타트업도 정말 많고, 옛날에 지원했다가 거절 답장조차 못 받았던 일류 테크 회사들이 이젠 먼저 연락한다.

초년생일 때는 어느 회사가 얼마 준다더라, 누가 이직해서 연봉을 얼만큼 올렸다더라는 소식에 귀가 쫑긋하고 마음이 살랑살랑거렸다. 그러나 연봉 많이 올려줬음에도 수락하지 않은 오퍼도 여러개 거치고, 시장 전체의 상승 추세가 몇 년이나 지속되다보니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연봉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시장은 당분간 우상향할거라서 오로지 연봉 높이기 위해 이직하면 6개월 뒤, 1년 뒤에 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받는거보다 더 준다고 오라는 곳은 무조건 있을 거기 때문에. 지금 시장에서 고연봉은 예전만큼 희소하지 않다. 그보다 희소한건 좋은 팀, 좋은 매니저, 좋은 사수다.

채용 시장만큼이나 뜨거운게 스타트업 세계인거 같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방방곡곡 이뤄지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정말 많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어느 스타트업이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 부족한건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스타트업이 훨씬 심하다. ‘제너레이션 킬’이라는 미국 전쟁 드라마에서 들었던 인상 깊은 대사가 있는데 미 해병대에게 일부러 물자를 넉넉히 안주는 이유가 사람은 자원이 부족할 때 창의력이 더 발휘되기 때문이란다. 스타트업 있어보니 그말이 딱 맞다.

스타트업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의 밀도가 대기업보다 높아야하고, 그래서 채용도 훨씬 깐깐하다. 따라서 좋은 팀, 좋은 매니저, 좋은 사수를 만나고 싶으면 스타트업이 확률이 더 높은거 같다. 알아보려는 노력에 따라 복불복도 덜하다. 스타트업들은 Developer Relation 활동을 매우 열심히 하기 때문에 팀이나 내부 인원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다.

그리고 이젠 고정급 모아서는 자산을 불리기 힘든 시대다. 성장할 것 같은 회사를 잘 골라서 스톡옵션이나 RSU를 받는게 낫다. 미국 테크 기업들의 보상 체계를 보면 직급이 올라가면서 월급은 상승 폭이 둔해지는 반면 자사주 보상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이내 역전한다. 게다가 월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회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기대값이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최근 몇년 간의 흐름을 봤을때 인재 밀도가 높은 스타트업을 잘 골라 적절한 주식 보상을 받고 그 회사의 성장에 눈에 띄는 기여를 하는게 개인의 성장과 보상 둘 다 노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스타트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상상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