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은 모바일 개발자 9명으로 이뤄져있고 출신국이 정말 다양하다. 대한민국, 중국, 인도, 벨라루스, 이탈리아, 방글라데시 6개 국가에서 모였는데 비슷한 규모의 팀 중 사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다양성인 것 같다. 원래는 모두 싱가폴이 근무지인데, 코로나로 인해 국가간 여행이 제한되기 직전 모국으로 휴가를 갔던 동료들이 여태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팀원 두 명은 인도와 벨라루스에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애초에 싱가폴 직원은 전부 재택 근무 중이기 때문에 크게 다를바가 없어 보였지만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업무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생전 처음 원격으로 근무하랴, 시간대가 다른 팀원들과 협업하랴 정신없이 보내다가 이제 어느정도 안정적인 업무 방식을 찾은거 같다.

1. 시차 고려해서 메시지 보내기

미팅 시간을 잡을 때는 당연히 시차를 고려하게 된다. 두 시간 반 느린 인도 지사에 개발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미팅은 오후에만 잡는 것이 생활화 돼있었다. 하지만 몇 달 업무를 해보니 채팅도 시차에 맞춰서 보내는 편이 좋다는걸 알게됐다. 처음에는 ‘메시지 보내놓으면 출근해서 보고 답장을 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내 편의에 맞춰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이 답장을 안주면 나도 잊어버리고 나중에 메시지를 다시 보내야하는 일이 잦았다.

생각해보니 나같은 사람이 많다면 메시지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출근하자마자 메시지가 많이 와있을테고, 묻히는 메시지가 생겼을 것이다. 이제는 상대방 업무 시간에 맞춰서 메시지를 보낸다. 그랬더니 답장을 더 빨리, 확실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이걸 잘하기 위해 쓰고 있는 도구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맥 상태바에 여러 시간을 볼 수 있는 간단한 앱이고 다른 하나는 슬랙 리마인드 기능이다. 슬랙에서 특정 메시지에 알람을 걸어놓을 수 있어서 상대방 출근시간 즈음 맞춰놓으면 까먹지 않고 관련 내용을 참고해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 상태바에 여러 시간 표시해주는 맥 앱. 인도와 두시간 반, 벨라루스와 다섯 시간 시차가 있다.



👇 슬랙에 있는 메시지 리마인더 기능

2. 팀원 출근시간 전에 코드리뷰 남기기

서로의 업무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게 코드리뷰다. 일정 인원의 승인을 받아야만 마스터 브랜치에 병합할 수 있고 CI 작업이 두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MR을 올리고 코드 리뷰를 받고 수정하고 승인을 받고 병합하는데에만 최소 반나절, 길게는 2~3일이 걸리기도 한다. 시차가 5시간인 벨라루스에서 일하는 팀원과 리뷰를 주고 받을때 특히 신경써야 했다. 리뷰가 늦어지면 코드 병합이 하루 이틀 더 늦어지기 십상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오후 느지막이 리뷰를 남기고 퇴근을 하면 벨라루스 팀원은 댓글을 보고 코드를 수정하거나 아니면 의견을 댓글로 남긴다. 내 시각으론 밤 늦게거나 새벽이라 다음날이 돼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다음날에도 퇴근 직전에 MR을 검토하면 팀원의 두번째 응답은 또 그 다음날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댓글이 한 두번만 오고가도 이틀이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이제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MR부터 확인한다. 내가 아침에 의견을 남겨 놓고 다른 일을 하다보면 오후에 팀원이 출근해서 확인하고, 당일에 한번 더 대화가 오고갈 수 있다. 합의가 빠르면 승인까지 할 수 있고 그날 병합을 할 수도 있다. 단지 서너 시간의 차이로 코드 병합이 하루 단위로 늦춰질 수 있다는걸 생각하면 업무 순서를 조정하는건 쉬운 일이다. 의식적으로 하다보니 습관이 들었다.

3. 1대1 또는 소규모 통화 하기

원격 근무를 하면 의사 소통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 옆자리에 있었더라면 쉽게 대화를 시작했을 텐데 이제는 대답을 기다려야 해서 간단한 대화나 잡담이 힘들다. 그런데 소소한 대화의 중요성을 요즘 부쩍 느끼고 있다. 동료와 친밀감을 쌓을수도 있고 개인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고, 외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원격 근무 때문에 대화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교류가 너무 없다. 보통 줌 미팅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다 모이기 전까지 시간이 약간 빈다. 자투리 시간에라도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는다.

별도로 시간을 마련하면 더 좋다.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끝낸 후 그 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팀의 지식으로 남길겸 문서를 만들었고, 팀원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을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두어 번 가졌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미팅 이후에도 관련 주제로 기술적인 논의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업무 미팅과 달리 정보 공유차 부담없이 모이면 다양한 얘기가 오고간다. 그러는 와중에 새로운 주제가 떠오르기도 했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원격 근무하는 현 상황은 주니어 개발자에게는 특히 더 어려운 시기같다.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없어서 힘들 것 같다. 기회가 있을때 1대1 통화로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주니어 개발자라면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시간을 잡아서 통화를 하는 등의 노력을 해서 다른 개발자들과 접촉을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팀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는데 연장을 안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년 중순 쯤 완공될 사옥에 입주하기 전까지 이런 근무 형태가 계속될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 제한, 이동 제한, 만남 제한 때문에 여러모로 힘들고 업무 방식도 급변해서 쉽지 않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더 행복하고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