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7일 보안카드 위젯을 출시했다. 며칠 뒤 금융 카테고리 1위, 한 달 뒤엔 유료앱 전체 2위까지 올랐다. 그 후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2015년, 2016년, 2017년 3년 연속 올해를 빛낸 인기 앱에 선정됐고 현재 별점 4.7점(누적 리뷰 1,285개)을 달고 있다.

보안카드 위젯은 모바일 뱅킹을 할 때 필요한 은행별 ‘보안카드’를 아이폰에 암호화해서 저장해두고 알림센터 위젯을 통해 앱 전환 없이 간편하고 빠르게 조회할 수 있는 유틸리티성 금융 앱이다.

(2017년꺼는 스크린샷을 안 찍어놨다..)

수업 과제로 시작했던 사이드 프로젝트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 덕분에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유저들의 칭찬에 들뜨기도 했고 부정적인 리뷰와 꾸짖는 메일로 인해 상처도 받고 감정이 상할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로 인해 다양한 유저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과 함께 만드는 과정도 매우 즐거웠다.

토스나 카카오뱅크 같은 편리하고 혁신적인 앱들의 등장으로 이제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지만 보안카드 위젯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배운 것들은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 동안의 과정을 회고해보며 정리해봤다.

1. 일단 만든다

보안카드 위젯은 넥스트 재학 시절 iOS 수업의 기말 과제로 제출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고, 엄청 독창적이고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는 내가 스마트폰으로 이미 쓰고 있던 앱 중 하나를 비슷하게 만들어보면서 개발 공부를 할 목적이었다. 다만 과제 제출로 끝내지 않고 사람들이 돈 주고 살 만한 완성도로 만들어서 실제 출시까지 해보자는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후보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유용하게 쓰고 있던 보안카드 앱을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고 재밌을 것 같으면 일단 만들어 보자. 만들기 전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부정적이거나 미적지근한 주위의 말에 너무 휘둘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히려 빨간불일 수도 있다. 듣자마자 사람들이 ‘괜찮은데?’라고 하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렸을만한,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텁 인큐베이터 Y Combinator에서는 이를 시트콤 아이디어라고 부른다고 한다. [1] 사업할 것도 아니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재밌으면 된 것이다.

2. 기능은 적게 출시는 빠르게

Minimum Viable Product(최소 기능 제품, MVP)를 첫 출시 목표로 삼는다. 처음부터 기능을 많이 넣으려다보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질질 끌리고 결국 끝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될 수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기능 한 두 개만 만들어서 출시를 하고, 나머지 기능은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 가면서 차차 추가하면 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실사용자들이 직접 요청한 것이라면 더 의욕이 생기고, 본업에 소진한 집중력과 체력도 다시 샘솟는다. 보안카드 위젯을 출시하고 얼마 후 입사했는데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기능을 제안해주고 개선 사항을 남겨준 덕분에 퇴근 후에도 지치지 않고 앱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출시를 빠르게 하고 유저를 모아보자. 실사용자들의 피드백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3. 차별화를 한다

보안카드 위젯의 제일 중요한 차별점은 위젯에서 바로 조회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차별점을 염두해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개발을 한창 하던 와중에 당시 릴리즈된 iOS 8의 다양한 기능들을 살펴보다가 알림센터 위젯 기능을 결합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아이디어가 처음 떠오른 뒤 주위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줬을 때 특별히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그냥 ‘아 그렇구나’ 정도였다. 하지만 개발을 해서 프로토타입을 보여주고나니 사람들이 ‘아이디어 좋다’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말로 듣는 것과 실물 사이의 간격은 꽤 크다는 걸 느꼈다.

🎯 보안카드 위젯의 차별점: Today Extension 기능

깔끔한 디자인과 심플한 UX만으로도 충분한 차별점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차별점이 있다면 유저들은 비슷한 앱을 이미 쓰고 있더라도 새로 구매하는 경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특히 기존에 쓰던 앱이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면 유저들은 디자인이 좀 더 이쁘고 최신 iOS 기능을 탑재한 앱으로 갈아타기 때문에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

🎯 앱 아이콘 개선

(좌) 1.0 버전 앱 아이콘 (우) 개선된 디자인

4. 한국 유료 앱스토어 공략

아래는 2015년 ~ 2017년 사이 판매량 그래프인데, 1년에 한번씩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할 때가 있었다.

바로 매년 아이폰이 출시 되는 시기이다.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넘어오는 사람들 뿐 아니라 새 아이폰으로 바꾼 사람들이 이때 앱스토어를 구경하면서 새 앱을 찾아보는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실제로 노트, 캘린더, 카메라 앱 등은 정말 꾸준히 새로운 앱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 이미 앱스토어에 비슷한 앱이 있다고 프로젝트를 접지 말고 차별점을 가지고 계속해서 관리하면 유저층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랭킹별 다운로드 규모

주위 사람들에게 판매량을 알려주면 다들 생각보다 적다면서 놀란다. 보안카드 위젯은 특성상 ‘국내용’ 앱이기 때문에 96%는 한국 앱스토어에서 판매됐다. 그래서 순수 국내 앱스토어 만의 규모를 파악해볼 수 있었다. (씁쓸..😢) [2]

유료앱 차트 랭킹 1일 평균 다운로드
5위 이내 200 ~ 300
10 ~ 30위 30 ~ 50
30 ~ 50위 10 ~ 20
50 ~ 100위 5 ~ 15

금융 카테고리 내에서 1위를 할 때는 하루 평균 150 ~ 200 정도 였다. 한국 앱스토어 규모가 작다고 볼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인기 차트에 올라가기 좀 더 쉽다는 뜻 아닐까. 그리고 순위에 오르면 마케팅 비용 없이도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매우 좋다. 노출 👉 다운로드 발생 👉 순위 유지 👉 노출의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띄우기에 괜찮은 환경이지 않나 생각도 든다.

UI 업데이트

4년 동안 약 20번의 업데이트를 해보면서 유저들은 UI 업데이트 자체를 꺼린다는 걸 느꼈다. 너무나 심플해서 바꿀 UI가 있나 싶은 정도의 앱인데도 버튼이나 글자 색, 모양, 크기, 배치 등을 바꾸면 한동안은 낮은 별점과 악플 같은 리뷰들을 많이 받는다. 거지같다, 업뎃하지 마라, 어이없다, 돌려놔라 등등.. 익숙함이 최고의 UI인 것이다. 그래도 바꿀건 바꿔야한다는 생각에, UI를 개선할때는 당분간 욕 먹을 각오하고 감행해야 한다.

결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자!


✏️ Notes

[1] Paul Graham, How to Get Startup Ideas: 시트콤 작가들이 각본을 쓰기 위해 만들어낸 그럴싸한 아이디어라는 뜻

[2] 보안카드 위젯의 총 누적 다운로드 수는 5.5만

📍 Special

이바닥늬우스 : 찰지고 신나는 테크바닥 늬우스

이 글의 초안을 읽어준 조소현, 강한용, 김결, 김남훈, 김영, 이승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