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캠퍼스 핵데이란?

네이버 캠퍼스 핵데이(이하 핵데이)는 연 2회, 1박 2일로 진행되는 해커톤 행사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해커톤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해커톤은 하나의 테마가 주어지고 그 테마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마지막 날에 시상식으로 마무리한다. 반면 핵데이는 시상을 위해 경쟁하는 대회가 아니다. 참여 멘티와 멘토가 서로서로 배워가는 시간이다. 멘티는 네이버 현업 개발자에게 멘토링을 받고 멘토도 업무와 연관있거나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를 발제해 함께 도전하고 배우기 위해 참가한다.

핵데이에서는 현업 네이버 개발자 한 명과 대학생 멘티 2~3 명이 한 팀이 된다. 멘티는 수 십 개의 주제 중에 참여하고 싶은 주제를 3순위까지 선택해서 지원한다. 멘토는 미션을 가장 잘 수행할 것 같은 지원자를 선발해서 자신의 팀을 꾸린다. 합격 발표가 나면 멘티는 깃헙 리포와 메신저 방에 초대를 받게 된다. 그로부터 핵데이까지 2주 정도의 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에 온라인으로 멘토링을 하기도 한다. 핵데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팀이 중심이 되며 매우 자율성이 높다. 그래서 멘토와 멘티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다.

커넥트원

핵데이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춘천 네이버 커넥트원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오후 12시 ~ 1시쯤 그린팩토리에 모여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버스에 탄다. 약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하면 짧은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자리 세팅을 하고 본격적으로 해커톤이 시작된다. 무제한 제공되는 스낵과 커피와 음료수를 먹으면서, 다같이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도 하고 막히는 부분을 서로서로 도우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깃헙에 코드를 푸시하면 멘토가 보고 리뷰를 해주기도 한다. 시작할 때만 해도 ‘이걸 어떻게 개발하지’ 라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조금씩 풀린다. 자매품으론 ‘아니 벌써 10시야?’ 라는 말도 있다.

핵데이 참가자들은 평가 받기 위한 결과물을 만들지 않고 스스로 배우기 위해 개발을 한다. 그래서 이튿날 시상식이나 발표회 같은 건 없다. 대신 팀 별로 모여서 자유롭게 회고를 한다. 참가자 사이에 경쟁도 없다. 멘티들은 협업하는 관계이다. 협업해야 모두가 각자 더 많은걸 배워갈 수 있다.

핵데이에서 얻어 가는 것

이 행사의 VIP는 대학생 개발자다. 핵데이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참가 멘티들이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신다. 행사가 거듭될수록 멘티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여태까지 멘티로 한 번, 멘토로 두 번 참가했다. 왜냐면 멘토로서 얻어 갈 수 있는 것도 정말 많다. 하물며 해커톤 + 멘토링 + 인턴십 3종 세트를 얻어가는 멘티들에게는 이 행사가 풀 패키지나 다름 없다.

좀 더 자세히 적어본다면,

  • 기술적 성장: 앞서 언급했듯이 캠퍼스 핵데이는 상을 받는 대회가 아니다. ‘어렵지만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와 직접 부딪히면서 나의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자리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자 커리어나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멘토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기술적 성장에는 코딩 실력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협업, 코드 리뷰, 토론, 문제 해결 능력이 포함된다. 핵데이에서는 이 모든걸 경험해볼 수 있다. 학교와 회사의 딱 중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자기 주도성이다.

  • 인턴십: 채용형 인턴십, 체험형 인턴십 두 가지가 있다. 주제별로 인턴십 종류가 정해져 있어서 지원할 때 유의하여 지원하면 된다. 4학년이 채용형 인턴십에 합격하면 인턴십이 끝난 후 최종 면접을 통해 채용으로 이어진다. 1 ~ 3학년은 채용 전환 면접이 없는 체험형 인턴십을 하게 된다.

  • 네트워크: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을 만날 좋은 기회다. 보통은 주제가 iOS, 안드로이드, 웹프론트엔드, 백엔드, 머신러닝/딥러닝 등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나와 같은 걸 개발하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인턴까지 하게 되면 네이버 팀분들과 계속 알고 지낼 수 있다. 나도 체험형 동계 인턴십을 했었는데 인턴이 끝난 뒤에도 팀 회식에 불러주시고, 여름 방학이 다가올 즈음에 방학 때 할 일 없으면 인턴 또 하러 오라고 제안해주시는 등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지원서 작성 팁

멘토로 참여하면서 100여 명의 지원자를 검토해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지원서 작성 팁을 몇 개 정리해봤다.

지원서는 네이버 공식 사이트에서 작성하고 제출한다. 핵데이에 등록된 주제를 볼 수 있는 깃헙 리포가 공유되는데 거기서 흥미를 끄는 주제를 고른다.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를 선호순으로 작성한다. 단순히 선택하고 끝이 아니라, 내가 왜 이 프로젝트를 잘 할 수 있는지 설명을 해야한다. 프로젝트마다 ‘요구사항’이 있는데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다는걸 설득한다는 마음으로 써본다. 비슷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꼭 밝힌다. 없더라도 왜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관심을 갖고 나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을 쓴다. 핵데이 지원 전에는 잘 몰랐더라도 주제를 보고나서 관심이 생겼다면 공고가 뜬 시점부터 지원 마감까지 몇 주의 기간이 있으니 이 때를 활용해서 튜토리얼을 찾아서 해보거나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 보고나서 지원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제별 멘토가 직접 멘티를 선발하기 때문에 통일된 기준은 없다. 어떤 멘토님은 깃헙 활동과 커밋 메시지를 보고 뽑았다고 한 경우도 있고, 해커톤 수상 경력을 좋게 보고 뽑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멘토링하는 주제는 iOS 개발이다. 그래서 지원자들은 보통 본인이 개발한 앱을 적는다. 여태 지원자 중에 iOS 앱을 아예 개발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앱 개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결과물을 잘 어필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앱 소개도 여러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 출시되어 있다면 링크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고 직접 써볼 수 있기 때문에 제일 좋다. 공개되어 있지 않아도 소개 페이지나 시연 영상이 있다면 충분하다. 만약 깃헙에 프로젝트가 올라가 있다면 README를 활용해서 소개 글을 넣을 수도 있다. README에 스크린샷이나 gif가 있다면 어떤 앱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혹시나 빌드가 안되서 앱을 설치해 볼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 그리고 그 경험이 핵데이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 간략하게 써주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여러 명이 같이 개발한 프로젝트라면 본인이 개발한 부분을 명시해주는 것이 좋다.

캠퍼스 핵데이는 채용과 연계된 행사이기도 해서 주제와 딱 맞는 경험이 없더라도 기본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추고 있고 관심 분야가 팀과 맞는 지원자를 뽑기도 한다. 지원서에 대회 수상 경력, 대외 활동, 관심 분야, 기술 실력을 나타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적을수 있는 항목이 있다. 특히 채용을 염두해 둔 4학년을 뽑을 때는 기술 스택이 일치하는지를 보게 된다. 앱 개발과는 달리 백엔드 분야는 언어나 프레임워크가 훨씬 다양하다. 백엔드라 하더라도 노드를 쓰느냐 자바를 쓰느냐 파이썬을 쓰느냐 등등에 따라 많이 달라서 아무래도 팀이 쓰는 언어나 프레임워크를 써본 경험이 있는 후보를 선호할 것 같다.

사실 매번 뽑고 싶은 지원자들이 많아서 합격자를 선발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 멘티당 최대 세 명까지 선정할 수 있는데 보통 뽑고 싶은 지원자가 9 ~ 10명 정도는 된다 😱.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해봤거나 iOS 개발 외에도 머신러닝이나, 혹은 아예 개발과 무관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본 멘티에게서 새로운 걸 배우고 자극 받기도 한다. 그래서 더 많은 대학생들이 캠퍼스 핵데이에 와서 성장하고 좋은 네트워크를 쌓고 무엇보다 새로운 경험을 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더 많은 회사들이 이런 핵데이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도.

이 글의 초안을 읽어준 조소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