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Paul Graham의 Being a Noob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모든걸 알게 되겠지 생각했다. 막상 내가 나이 들어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요새 여러 방면에서 초짜가 된 기분이 자주 든다. 창업자들과 얘기를 나누면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겠고, 읽는 책의 주제는 생소하고, 새로운 나라에 가보면 당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초짜로 돌아간 기분은 썩 달갑지 않다. 초짜라는 단어도 별로 좋은 뜻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 초짜가 되는 것에 담긴 긍정적인 의미를 깨달았다. 가까이서 봤을때는 초짜처럼 보일지언정, 멀리서 보면 덜 초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면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자신이 더 바보같고 어색하고 이방인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고향에 남았을 때보다 훨씬 많은걸 보고 배울수 있다. 그러니 초짜가 되는 것과 무지(無知)는 음의 상관관계이다.

근데 새로운 분야에서 초보가 돼보는 것이 실제로 우리에게 좋은 거라면, 우리는 왜 그 느낌이 싫은걸까? 그런 거부감이 대체 어떤 진화론적 의미가 있는걸까?

내 생각에 초짜가 된 기분을 느끼는 원인은 두 종류가 있다. 무지할 때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내가 초짜일 때 느끼는 불편함은 우리의 뇌가 ‘어서 빨리 상황을 좀 파악해봐’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봤을때 옛날에는 주변 상황을 빨리 파악해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게 생존에 유리했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도 자신의 인생은 복잡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오늘날만큼 주변 상황이 빠르게 바뀌지는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암호화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할 일은 없었다. 그러니 옛날에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보다는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대에 배고픔을 경계했던 것 때문에 인간은 초짜가 된 느낌을 경계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도리어 식량이 넘쳐나서 문제인 시대에, 배고픔을 두려워하는건 엉뚱하다. 초짜가 된 느낌을 두려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걸 시도할때는 처음엔 불편한 느낌도 들고 우스갯거리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당신이 초짜가 된 느낌을 자주 느낄수록, 더 좋다.